15.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치파오를 갖춰 입고 나간 제니의 눈에 그애는 금방 보이진 않았다. 아직 도착 안 한 건가? 1층 라운지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쭉 훑어본 제니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혼자 온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무심코 지나치려다 남색 볼캡을 꽉 눌러쓴 여자를 발견했다. 모자챙에 가려...
챙젠챙 14. 그와는 그렇게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는 듯한 시간들을 꽤 오래 보냈다. 한 점 숨기는 것 없이 몸을 맞대고 안고서 서로를 정신없이 탐할 때도 잦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저 편안히 잠을 잘 때가 많아졌다. 그가 그랬다. 제니는 주로 그의 곁에 나란히 누워 시름없이 잠든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았다. 시간의 분초 대신 그가...
잰추리챙 40 며칠 안 있어서 채영의 SNS계정으로 글이 올라왔다. 같은 내용을 한국어와 영어로 두 번 쓴 글이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언제나 감사하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오랫동안 꺼내지 못한 말을 하려고 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그 글은 담담하고 간결했지만 파문이 일 만한 내용이었다. 말한 것이야 공개연애였지만 내포한 뜻은 커밍아웃이었으니 뭇 사람들...
리챙리 리사외전 시간을 가져보자고 한 건 결코 충동적인 일이 아니었다. 채영에게 그런 말을 꺼낸 것도 어쩌다 하게 된 게 아니었다. 긴 시간 동안 몇 번이나 고민해본 거였다. 그랬는데도 채영에게서 알겠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더 허전해졌고, 착잡해 하면서도 차마 붙잡지 못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 표정을 볼 때는 이게 아닌가 싶어졌다. 아니라고, 그냥...
38 퇴근하고 나와 선 지수 앞에 제니의 차가 아닌 낯선 외제차가 와 부드럽게 섰다. 무채색이긴 해도 발색이 남다른 게 암만 봐도 억대는 가볍게 찍을 슈퍼카였다. 지수가 긴가민가하면서 선뜻 가지 않고 있으면 조수석 창문이 스르르 내려간다. “타요, 언니.” 차창 안쪽으로 보이는 건 말끔한 채영의 얼굴이었다. 지수는 얼른 문손잡이를 잡았다. 지수가 만나자고 ...
추잰추 채영 37 그래도 투숙객 삼일 차부터는 지수가 집에 들여는 주었다. 근데 저녁만 같이 먹고 도로 내보냈기 때문에 투숙객 신세는 여전히 이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제니는 보이는 우렁각시 노릇을 해야 했다. 퇴근한 지수를 태우고 집에 와서 저녁을 차려주고 난 뒤에는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했고, 때 되면 세탁도 돌리고 다 마른 옷가지들도 잘 개서 서...
잰추잰 36 “언니이..” 눈치껏 슬금슬금 불러봤는데 지수는 미동도 없었다. 그러니까 씹었다. 그래도 제니가 운전하는 차에 탄 걸 보면 같이 집에 돌아갈 용의는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지수는 제니의 차를 타고 집에는 같이 갔다. 스멀스멀.. 불길한 기운이 자꾸만 올라와서 제니는 핸들을 쥔 손에서 자꾸 땀이 나려고 했다. 잘못했다고 해. 싹...
채영외전 4-2 채영이 마지막으로 본 제니는 스물다섯의 제니였다. 삼 년 뒤 다시 보게 된 스물여덟의 제니는 채영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리사가 제니를 집에 데려와도 되냐고, 제게 왜 허락을 구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자마자 알게 했다. 생기를 잃다 못해 바싹 말라버린 제니를 보고 채영은 몸이 굳어버렸다. 몸도 몸이었지만 제니 자체가 그런 느낌이었다. 붙잡고 말...
리챙리 채영외전 4-1 제니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리사에겐 말하지 못했다. 껄끄러운 비밀이 생기는 기분이었지만 채영에게도 괜찮아질 시간은 필요했다.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했어도 곧바로 다 쉽게 정리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그간 왜 힘들어했었는지는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 회사에서 있었던 일, 막바지로 향해가는 팀에 대해서는 털어놓았다. 리사는 품에 안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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