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제니가 눈을 떴을 때는 철창 안이었다. 견고한 철창 같아 보이진 않았고 임시방편의 유치장 같은 느낌이었지만 제니가 나갈 수 있을 만큼 아예 허술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한 명 정도 구금할 법한 크기의 철창 안에는 제니밖에 없었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이렇다 할 물건도 없었다. 몸을 살펴보면 다친 데는 없어 보였지만 아직도 머리가 꽤나 몽롱했다....
4. 그와의 통화로만 작게 새어 듣고, 애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들었던 ‘리사’라는 사람은 비가 줄지어 내리던 어느 여름밤에 나타났다. 장마철은 한참 전에 지났지만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던 즈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가 줄지어 내리던 날들 중에서도 딱 하루 비가 내리지 않던 밤에. 하긴 굳이 빗길을 내달려 이런 외지에 올 만큼 급한 이유는 없을 것...
3. 그와 실장님은 무슨 사이일까? 제니는 다음날 평범하게 출근해서 식기를 닦고 또 닦으면서도 내내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반복되었다. 왜 이럴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럴 만한 일이라고 스스로 납득했다. 그런 걸 목격할 일이 살면서 얼마나 더 있을까? 또래 애들에게 털어놓으면 단박에 난리가 날 것이다. 근데 내용이 내용이어서 제니는 아무 말도 할 수...
팔산호 2. 八山虎. 거대하고 번듯한 이 중식당의 현판엔 한자를 잘 모르는 제니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글자만 들어있었다. 팔산호. 음식점 이름이 으레 그렇듯 큰 의미를 두고 만든 이름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궁금은 했다. 누가 무슨 뜻으로 지은 이름인지, 누가 어떻게 이런 음식점을 세우게 됐는지. 하지만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 잘 알 법한 그에게 제...
추잰~~ 17. 그렇게 키스는 했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왜냐하면 아가씨가 좋.. 좋다는 걸 인정하는 데까지도 우여곡절이 굽이굽이굽이굽이였으니 난 그다음이라곤 생각도 안 했던 거다. 물론 아가씨가 받아주지 않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럼 키스는 어찌 그리 자연스럽게 끊은 거냐고 누가 따지면 그것도 되게 할 말은 없어지긴 하는데.. 어.. 생각해보...
추잰~~ 16. 아가씨는 무슨.. 호텔이 차 세우기 편하다면서 딱 봐도 또 다른 특급 호텔 레스토랑으로 날 데려왔다. 아가씨가 스테이크, 파스타, 샐러드를 시키길래 아가씨는 배부르시지 않으세요? 했더니 다 니가 먹는 거라는 쿨한 대답이나 돌아왔다. 아니 저도 이렇게 많이는 못 먹어요.. 배부르면 남겨. 뭐가 문제냐는 듯 따뜻한 커피나 여유롭게 마시는 아가씨...
추잰~~ 15. 나는 이제 어째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그래도 아가씨는 아가씨였다. 아가씨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너도 너무 나랑만 붙어있었으니까.. 휴가가 필요한 것 같아. 혼자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생각도 좀 정리하고.. 푹 쉬다 와.” 쉬고 오면 뭐라도 달라지려나.. 달라질 게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쪼끔 들긴 했지만 아무튼 난...
추잰~~ 14. 꿈일 거야.. 꿈이어야 돼.. 존나 간절하게 빌었지만 그런다고 내 품에 안겨있는 아가씨가 뿅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아냐 아가씨가 안 사라져도 돼.. 내가 사라지는 것도 좀 좋겠는데? 현실에 하등 쓸모가 없는 도피형 생각이나 멍하니 하는데 날 부둥켜안고 있던 아가씨의 팔이 스르르 풀리는 게 느껴졌다. 내가 어버버하는 사이 아가씨는 알아서 살...
추잰~~ 13. 아가씨는 생각보단 평범하게 지냈다. 하지만 언제 또 어떻게 그 뽀뽀 기질 발동할지 몰라 걱정이 된 나는 아가씨를 꾸준히 보챘다. 아가씨, 소개팅 좀 해보세요. 아가씨.. 친구들이 만나자고 안 해요? 아가씨, 심심해 보이시는데 남자 좀.. 만나시는 게 어떠세요? 아가씨가 찰싹 들러붙을 때마다 은근슬쩍.. 꾸준히.. 그랬더니 아가씨는 처음엔 귓...
팔산호 1. 아주 멀지는 않은 미래. 기후변화니 환경오염이니 2000년대 초반부터 전세계적 문제로 떠올랐던 것들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지구, 아니 인간 문명은 큰 위기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한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부상한 것이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주로 바다를...
추잰~~ 12. 아가씨는 자꾸 시무룩대면서.. 우물쭈물 내 곁을 맴돌았다. 하 진짜 왜 저럴까.. 제발 원래대로 돌아가.. 모른 척하며 속으로 빌고 빌어도 아가씨는 확실히.. 자가격리 부작용을 제대로 겪고 있었다. 제발 그 수많은 친구들이랑 좀 놀러가겠다고 해라.. 남자 만나러 간다고 해라.. 빌고 빌어도 아가씨는 나갈 기미조차 비치지 않았다. 바깥나들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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